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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농가의 사육곰 모습(사진=동물자유연대)



사육된 곰에서 얻는 곰의 쓸개즙, 곰 가죽, 곰 고기 등을 상품화 해 국내외에 판매하는 사육곰 산업은 1981년 정부 주도로 본격화됐습니다.

하지만 멸종위기종에 대한 국내외 보호 여론이 높아지며 사육곰 산업은 여론의 비판의 대상이 됩니다. 결국 정부는 1985년 재수출용 곰 수입을 중단하고, 1993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가입하면서 곰 황금성게임어플
수출도 사실상 중단이 됐습니다.
수출이 중단되며 수요가 줄자 방치된 사육곰이 문제가 됐습니다.
이에 환경부는 2014~2017년 전 사육곰 개체를 대상으로 중성화 수술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2022년 1월에는 시민단체·환경부·사육곰 농가 간 ‘곰 사육 종식을 위한 협약’이 체결됐으며 이어 2024년 12월, 사육곰 소유외환송금
·사육·증식 및 부속물의 거래·운반·보관·섭취를 전면 금지하는 야생생물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40년 간의 사육곰 산업은 드디어 완전히 종료될 예정입니다.



한 농가의 사육곰 모습(사진=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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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철창에 갇히게 될 국내 사육곰들

문제는 사육곰 산업이 종식된 이후 남겨질 사육곰들의 운명입니다.
개정된 야생생물법이 시행되면 사육곰 산업은 내년부턴 불법이 됩니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 262마리의 사육곰이 남아 있습니다.
동물보호 시민단체인 동물자유연대를꺽은선챠트
비롯한 시민사회의 지속된 요구에 정부는 전남 구례와 충남 서천에 보호시설을 조성해 왔습니다.
하지만 전남 구례 보호소 49마리, 충남 서천 보호소에는 70마리가 입소가 가능한 상황으로 두 보호시설을 모두 합쳐도 최대 119마리밖에 수용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그나마 보호시설도 미비한 상황입니다. 구례 보호시설은 작년 증권스쿨
12월에 준공을 마쳤지만 지금까지 단 한 마리도 입소하지 못하였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배수구 크기 문제, 급경사 지형 등 시설에 구조적인 문제가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단체들은 곰의 복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사전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시설을 지은 결과”라고 지적했습니다.
미비한 보호시설이라도 입소를 한다고 하더라도, 262마리 가운데 119마리를 제외한 143마리의 곰은 여전히 갈 곳이 없는 상황입니다.
이대로라면 2026년 이후에도 방치된 채 사육장에 남겨질 수밖에 없습니다.
◇산업 종식으로 방치 예정인데 “매입·구출 비용 없어”
보호시설의 태부족에 앞서 해결할 또 다른 문제는 ‘사육곰 매입과 구출’입니다.
사육곰 산업이 종식될 예정이지만, 곰을 사육해오던 농가들은 여전히 262마리의 곰의 소유권을 가집니다. 하지만 경제적 가치가 없어진 사육곰은 사육장에 남겨진 채 방치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환경부는 곰 매입을 위한 비용까진 마련할 수 없단 입장입니다. 일단은 시민단체들이 나서고 있습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첫 구출이 최근 이뤄졌습니다.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녹색연합·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동물자유연대 등 4개 단체는 지난 7일 경기 연천군의 한 농가와 사육 중인 곰 12마리 매입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는 2023년 12월 곰 사육 산업 종식을 명시한 야생생물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국내에서 처음 이루어진 사육곰 구출 사례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시민단체와 농가 간에 곰 매입과 관련한 가격 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체결된 이번 연천 농가 매입 계약은 곰 사육 종식 법제화 이후 첫 구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사육곰 농장주와 매입 계약을 맺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 최태규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대표, 연천 사육곰 농장주 조호용씨,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이다솜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왼쪽부터) (사진=동물자유연대)



단체들은 “그동안 가격 협상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해당 농가가 구조의 뜻을 함께해 첫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구조에 동참 의향이 있는 농가와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다만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시민단체 특성상 예산 확보가 어려워 협상에 우호적인 농가를 우선할 계획”이라고 말합니다.

2021년부터 화천의 농장에서 구조한 곰을 직접 돌보고 있는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의 김민재 활동가는 “그 어떤 곰도 ‘사육’곰이 되어선 안되었다. 곰은 인간이 제대로 돌볼 수 없는 동물임에도 정부는 사육을 장려했고, 그 피해는 곰들에게 돌아갔다”고 전합니다.
김 활동가는 “곰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병에 걸린 채 방치되는 현실은 단순히 농장주의 책임을 넘어 정부 정책의 실패”라면서 “곰이 농장에서 사라질 마지막 날까지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사육곰 증식금지 조치와 첫 사육곰 구출을 이뤄냈던 녹색연합의 정규석 사무처장은 “정부는 실패한 정책과 관련한 책임을 민간에 미루고, 매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은 “사육곰 산업 종식이 결정된 지 반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구조되지 못한 곰이 대부분인 현실”이라며 “이제 산업 종식까지 남은 반 년은 지난 40여 년의 실패를 되돌릴 마지막 기회”라고 목소리를 보탰습니다.



동물자유연대,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녹색연합 등 시민단체들이 지난달 22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곰 사육 산업 종식에 환경부의 책임있는 자세 촉구’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동물자유연대)



◇생츄어리로 보낸 반달가슴곰 근황

이런 가운데 운이 좋게 우리나라에서 동물자유연대에 의해 2022년 구조 된 반달가슴 사육곰의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미국 콜로라도주의 야생동물 보호소 ‘TWAS(The Wild Animal Sanctuary)’로 옮겨가 지내고 있는 이 반달가슴곰은 2022년 동물자유연대가 강원도 동해의 사육곰 농장에서 구조됐습니다.
TWAS 측은 “이 곰은 이제 고통과 학대, 착취에서 벗어나, 햇살을 온몸으로 느끼며 넓은 자연 서식지를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습니다”고 전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구조된 곰들이 평화롭고 안전한 삶을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며, 시민과 함께 만든 변화의 힘을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며 “2026년부터는 곰 사육이 전면 금지되면서 곰에게 진짜 자유를 되돌려줄 마지막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강원도 사육 농가에서 구조되어 미국 콜로라도주의 야생동물 보호소 ‘TWAS(The Wild Animal Sanctuary)’에서 지내고 있는 반달가슴곰의 모습(사진=동물자유연대)


박지애 (pjaa@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