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가 살갗으로 스며들고 심장에 닿고 말이 되어 입안을 떠돌았다. 당신의 입에서 말을 꺼냈다. 비웃고 능멸하는 말들을 한 움큼 쥐었다. 사랑은 사소한 시작에서 시작한다. 당신의 비밀을 베풀고 나면 꽃이 피듯 사랑이 찾아온다. 땅에서 꽃잎이 떠올랐다. 꿈같은 순간은 땅에서도 만날 수 있다. 영혼을 놓고 거래를 하고 싶으신가요. 등 뒤로 바람이 불었다. 물비린내가 풍겨 나왔다. 물속에서 비명이 들렸다. 철학자는 은신처를 찾아 골목을 떠돌았다. 동료들은 더러운 곳에서 악랄을 품었다. 깨진 유리창을 밟았다. 핏빛 발로 사람을 밟았다. 위정자를 밟고 재벌을 밟았다. 심판자를 밟고 해설자를 밟았다. 위선을 밟고 바다이야기게임사이트 권위를 밟았다. 졸린 눈을 비비며 성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민첩한 마음으로 육체를 드리고 산제사를 올렸다. 합당한 계절이 몰려왔다. 따뜻하고 고요해서 눈물이 나는 그런 순간이었다. 빗방울이 어깨 위로 툭툭 떨어졌다.
▶ 이재훈 시인은 '사랑'을 낭만의 언어로 찬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숨은 위선과 폭력을 직시함으로써 진 10원야마토게임 정한 사랑의 가능성을 되살리는 윤리적 시선을 제시한다. 먼저 제목 "사랑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가 특이하다. 보통 "사랑을 한 적이 있으신가요"라고 묻지만 시인은 굳이 '하다' 대신 '보다'를 택한다. 그것은 비판적 시선과 윤리적 거리감을 내포한다. 사랑의 본질이 왜곡된 현실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시인의 의지이기도 하다. 또한 '보다'에는 직관의 의미도 있다 야마토게임다운로드 . 시인에게 사랑은 감각이나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근원을 꿰뚫어 '보는' 통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사랑을 '체험'하기보다 사랑이 사라진 시대에서 그 흔적을 목격하려는 '증인'의 자리에 선다. 그에게 사랑은 응시의 대상, 그러니까 사라진 무언가를 찾아보는 행위다.
…… 이 시의 중심에는 두 구절이 있다. "사랑은 사소한 백경릴게임 시작에서 시작한다"와 "당신의 비밀을 베풀고 나면 꽃이 피듯 사랑이 찾아온다."가 그것이다. 앞의 언술이 사랑의 일상성과 우연성을 말한다면, 뒤의 언술은 사랑이 자기 노출과 상처의 수용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여기서 '비밀을 베푼다'는 낯선 표현이 눈에 띈다. '베푼다'는 단어에는 시혜의 뉘앙스가 있다. 그러니까 누군 사이다쿨바다이야기게임 가에게 자기 내면(비밀)을 내어주는 행위, 혹은 '주다'와 '헌신하다'의 의미가 겹친다. 따라서 이 구절은 사랑을 나누는 일이 곧 자기 내면을 내어주는 윤리적 행위, 즉 자기 희생과 개방의 과정임을 암시한다. 결국 이 시는 사랑의 부재를 슬퍼하는 대신, 그 부재를 인식함으로써 사랑의 본질을 다시 묻는 시다. 그래서 "사랑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라는 물음은 "당신은 사랑의 진실을 직시해 본 적이 있는가"라는 시대적 반문으로 들린다. 냉소와 소모가 일상이 된 시대에 이재훈은 '보다'라는 낯선 동사를 통해 사랑의 윤리적 가능성을 복원한다.

사랑은 여전히 세상에 있다. 다만 그것을 '볼 줄 아는 눈'이 점점 희귀해졌을 뿐이다. 이 시는 그 눈을 다시 뜨게 하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시적 기도다. 당신은 사랑을 본 적이 있는가?




▲ 강동우 문학평론가·가톨릭관동대 교수


/강동우 문학평론가·가톨릭관동대 교수 기자 admin@no1reelsi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