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 전의 텍스트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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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명 회사명 : 라이더스 전화번호 담당자 : 라이더 전화번호 전화번호 : 팩스번호 팩스번호 : E-mail E-mail : ridebbuu@naver.com 작성일 25-11-02 12:12본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가난한 사람들 자격 증명 위해 들어선 독서 그러나 성숙 과 파국 으로 나 있는 두 갈래 길 가난한 사람은 까다로워요 가난한 사람은 보통 사람과 다른 눈으로 세상을 쳐다보고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곁눈질로 쳐다봅니다 주변을 항상 잔뜩 주눅이 든 눈으로 살피면서 주위 사람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신경을 씁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심리를 이렇게 섬세하게 묘사할 줄 아는 작가가 있습니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데뷔작 가난한 사람들 의 대사입니다
26살 청년 도스토옙스키는 이 소설에서 가난이 인간의 품위와 자존심을 어떻게 짓밟는지 또 그 속에서도 인간이 어떻게 존엄을 지키려 몸부림치는지 예리한 심리학자의 눈으로 그려냅니다 W컨템포287 대문호가 청년 시절 파고든 독서의 의미 가난한 사람들 은 고아 소녀 바르바라와 중년의 하급관리 마까르가 서로를 염려하며 주고받은 쉰다섯 통의 편지로 이루어진 서간 소설입니다
가난한 정서 문관 마까르는 하숙집 부엌에 살면서도 월세를 내지 못해 쫓겨날 신세입니다 바르바라 역시 친척 집에 얹혀살며 하루하루를 걱정하는 병약한 여성입니다 두 사람은 비참할 정도로 가난하지만 애틋한 마음으로 서로를 걱정하며 돌봅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쟁점은 여주인공 바르바라의 배우자 선택입니다 마까르와 각별한 감정을 주고받던 바르바라는 어느 날 갑작스럽게 나타난 부자 노인 비꼬프와 결혼하며 마까르를 떠납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별의 이유는 질병과 가난입니다 약한 몸으로 더는 일할 수 없게 된 바르바라는 자신의 미래를 생각할 때 그럴 수밖에 없다며 마까르에게 이별을 통보합니다 하지만 여자가 남자를 떠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가난 때문인지는 의심스럽습니다
둘의 관계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애매모호하지만 두 사람은 분명 서로에게 애틋한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책 이야기를 주고받기 전까지는요 이 소설에서 가난의 묘사만큼 흥미로운 것은 독서의 의미에 관한 작가의 고찰입니다 책은 두 주인공의 교류에서 중요한 매개로 등장합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책을 선물하며 문학에 관한 의견을 나누지만 그 과정에서 관계에 균열이 발생합니다
우선 두 사람이 서로에게 추천하는 문학작품의 수준에 차이가 있습니다 바르바라는 마까르에게 셰익스피어 푸시킨 고골 같은 대가들의 훌륭한 작품들을 추천하지만 마까르는 같은 하숙집의 무명작가 라따자예프의 책을 극찬하며 선물합니다 문학에 대한 빼어난 감식안을 가진 바르바라는 마까르가 추천한 작품들이 한심해 보입니다
어떻게 그런 책을 좋아할 수가 있죠 라고 물으며 화를 냅니다 문학에 소양이 부족한 마까르는 바르바라가 보내온 책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바르바라의 거듭된 책망에 마까르는 참지 못하고 결국 속내를 드러냅니다
그놈의 책 책 책 도대체 책이 뭡니까 책은 밑도 끝도 없는 헛소리를 늘어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소설도 다 엉터리예요 헛소리나 지껄이려고 쓴 거죠 하릴없는 사람들이나 읽으라고 쓴 거라고요 급기야 마까르는 바르바라에게 책을 멀리하라고 충고까지 합니다 자신이 문학을 사랑하지 않을 뿐 아니라 책 읽는 사람들을 경멸한다는 사실을 자백한 것이죠
그는 단지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문학애호가처럼 보이길 바라고 자신을 포장했던 겁니다 이를테면 마까르는 야구를 싫어하는 야구팬이며 달리기를 싫어하는 러닝크루원입니다 이것이 바르바라에게 진실로 가까워질 수 없었던 마까르의 곤란함입니다
지적 소통에 실패한 두 사람 결정적 차이는 지적 소통에 실패한 두 사람의 관계는 어색하게 식어갑니다 바르바라의 편지는 의례적인 투로 변해가고 여자가 냉담해질수록 남자는 점점 더 구차해집니다 두 사람의 운명은 비꼬프의 등장이 아니라 이미 여기서 결정된 것이 아닐까요
텍스트힙 이라는 것이 유행이라고 합니다 어떤 책을 읽는지가 그 사람의 감성과 세계관을 드러내는 시대 읽는다는 행위 자체가 힙 한 일이 된 것입니다 하지만 방구석에서 혼자 책을 읽는 것은 힙하지 않습니다 힙해 보이려면 내가 어떤 책을 읽고 무엇을 얻었는지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남들에게 인정받아야 합니다 자신의 독서 취향을 드러내고 공유한다는 점에서 바르바라와 마까르는 19세기식 텍스트힙 문화를 살아갔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둘의 운명은 어디서부터 어긋나게 됐을까요 바르바라는 어린 시절 짝사랑하던 하숙집 가정교사의 책상에 쌓여 있는 책들을 보게 된 장면을 이렇게 회상합니다 화가 났고 슬펐다 어떤 광기 같은 것이 나를 엄습해왔습니다
나는 그의 책을 마지막 한 권까지 전부 다 읽고 싶었습니다 아마도 나는 그가 아는 것을 나도 다 알아야 그와 우정을 나눌 자격이 생기는 거라고 생각했었나보다 바르바라는 그와 우정을 나눌 자격 을 얻기 위해 그의 방에서 책을 훔칩니다
그가 아는 것은 나도 다 알아야 했으니까요 이 절박한 독서는 바르바라에게 영혼이 뒤흔들리는 경험을 안겨줍니다 새로운 사상과 새로운 느낌들이 거센 물결처럼 한꺼번에 가슴속으로 밀려 들어왔습니다 그런 흥분이 거세어질수록 새로운 느낌을 받아들이는 것이 당황스럽고 벅찰수록 나는 점점 더 깊이 그 낯선 느낌에 빠져들었고 그 느낌은 점점 더 달콤하게 내 영혼을 뒤흔들어놓았습니다 바르바라의 이 회상은 소설에서 가장 환상적인 장면입니다
많은 사람이 바르바라의 순간 을 경험한 뒤 독서의 세계에 빠져듭니다 나도 저 사람이 읽은 책을 읽어야 동등한 관계의 자격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욕망 이보다 강렬한 독서의 동기부여가 또 있을까요
아산배방 라온프라이빗 이때의 독서는 자격 증명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독서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사상 과 새로운 느낌들 에 매료된 바르바라에게 독서는 이제 그 자체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목적이 됩니다
마까르의 생각은 조금 달랐습니다 마까르도 문학을 사랑하는 바르바라와 교제할 자격을 얻으려면 자기도 그런 사람 인 것처럼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편지마다 자신이 문학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설명하고 하숙집 문학 모임 참여의 즐거움도 자랑합니다
그러나 마까르는 바르바라의 환심을 사고 싶었을 뿐 정작 바르바라가 쌓은 지식이나 취향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텍스트힙의 가치 출발 아닌 과정에 있어텍스트힙을 작동시키는 욕망은 남에게 멋져 보이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 마음은 바르바라와 마까르가 다르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의 사례는 텍스트힙의 유행을 바라보는 긍정적 관점과 부정적 관점을 각각 설명해줍니다 동일시 욕망에서 독서를 시작했다가 어느새 책과 사랑에 빠지게 된 바르바라는 텍스트힙의 장점을 설명할 수 있는 좋은 예시입니다 바르바라는 가정교사의 책상에 빼곡히 꽂혀 있는 책들을 본 순간 이 남자의 내면이 자신보다 깊고 넓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화가 났지요 그렇게 독서의 세계에 빠진 바르바라는 실제로 더 나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타인의 슬픔을 연민하는 마음과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동하고 그것을 표현할 줄 아는 문장력까지 소설 속에서 바르바라는 마까르보다 모든 면에서 나은 사람입니다 반면 바르바라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마까르는 전혀 나아지지 못한 채 미성숙한 모습으로 파국을 맞이합니다
사르트르는 존재와 무 에서 경청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은 학생은 경청하는 연기를 하느라고 진을 뺀 나머지 그는 결국 아무것도 듣지 못한다 고 했습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던 남자는 끝내 어떤 문학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책을 읽지 않은 이 남자는 바르바라의 배우자로서 자격 증명에 실패합니다
책을 사색의 도구가 아닌 패션의 도구로만 사용한 마까르의 경우는 텍스트힙 유행을 바라보는 비관론을 설명합니다 같은 동기에서 출발한 두 사람의 다른 결과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여기서 우리는 텍스트힙의 가치는 출발점이 아니라 과정에 있다는 것 즉 무엇을 어떻게 읽느냐에 달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독서를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출발점은 어디든 상관없겠지요 150년 전 이 소설을 쓰던 젊은 도스토옙스키도 요즘 말로 텍스트힙을 추구한 청년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힙이란 임시적인 유행을 뜻하는 말인데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이미 독서하는 사람이 지적이고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걸 잘 알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는 사람에 대한 동경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존재해왔던 것이죠 책이란 물건은 이미 오래전부터 힙했고 그래서 힙 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책은 인간 운명 가를 만큼 중요할까 가난한 사람들 은 독특한 매력을 가진 소설입니다 아름다운 문장 속에는 참혹함이 담겨 있고 운명처럼 포장된 이야기 속에는 안간힘을 쓰는 인간들 사이의 긴장이 있습니다 책의 여운을 따라 사색을 이어가다보면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물질인가 정신인가 하는 질문과 만나게 됩니다 책이란 정말 한 인간의 운명을 결정지을 만큼 중요할까요 도스토옙스키는 가난한 사람들 에서 그렇다 고 말합니다 여러분 인생에서 책이란 어떤 의미입니까 정주식 팟캐스트 발굴독서단 진행자 좋은 약은 입에 쓰고 좋은 책은 나를 곤란하게 합니다
나를 곤란하게 하는 책 이야기 4주마다 연재
26살 청년 도스토옙스키는 이 소설에서 가난이 인간의 품위와 자존심을 어떻게 짓밟는지 또 그 속에서도 인간이 어떻게 존엄을 지키려 몸부림치는지 예리한 심리학자의 눈으로 그려냅니다 W컨템포287 대문호가 청년 시절 파고든 독서의 의미 가난한 사람들 은 고아 소녀 바르바라와 중년의 하급관리 마까르가 서로를 염려하며 주고받은 쉰다섯 통의 편지로 이루어진 서간 소설입니다
가난한 정서 문관 마까르는 하숙집 부엌에 살면서도 월세를 내지 못해 쫓겨날 신세입니다 바르바라 역시 친척 집에 얹혀살며 하루하루를 걱정하는 병약한 여성입니다 두 사람은 비참할 정도로 가난하지만 애틋한 마음으로 서로를 걱정하며 돌봅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쟁점은 여주인공 바르바라의 배우자 선택입니다 마까르와 각별한 감정을 주고받던 바르바라는 어느 날 갑작스럽게 나타난 부자 노인 비꼬프와 결혼하며 마까르를 떠납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별의 이유는 질병과 가난입니다 약한 몸으로 더는 일할 수 없게 된 바르바라는 자신의 미래를 생각할 때 그럴 수밖에 없다며 마까르에게 이별을 통보합니다 하지만 여자가 남자를 떠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가난 때문인지는 의심스럽습니다
둘의 관계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애매모호하지만 두 사람은 분명 서로에게 애틋한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책 이야기를 주고받기 전까지는요 이 소설에서 가난의 묘사만큼 흥미로운 것은 독서의 의미에 관한 작가의 고찰입니다 책은 두 주인공의 교류에서 중요한 매개로 등장합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책을 선물하며 문학에 관한 의견을 나누지만 그 과정에서 관계에 균열이 발생합니다
우선 두 사람이 서로에게 추천하는 문학작품의 수준에 차이가 있습니다 바르바라는 마까르에게 셰익스피어 푸시킨 고골 같은 대가들의 훌륭한 작품들을 추천하지만 마까르는 같은 하숙집의 무명작가 라따자예프의 책을 극찬하며 선물합니다 문학에 대한 빼어난 감식안을 가진 바르바라는 마까르가 추천한 작품들이 한심해 보입니다
어떻게 그런 책을 좋아할 수가 있죠 라고 물으며 화를 냅니다 문학에 소양이 부족한 마까르는 바르바라가 보내온 책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바르바라의 거듭된 책망에 마까르는 참지 못하고 결국 속내를 드러냅니다
그놈의 책 책 책 도대체 책이 뭡니까 책은 밑도 끝도 없는 헛소리를 늘어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소설도 다 엉터리예요 헛소리나 지껄이려고 쓴 거죠 하릴없는 사람들이나 읽으라고 쓴 거라고요 급기야 마까르는 바르바라에게 책을 멀리하라고 충고까지 합니다 자신이 문학을 사랑하지 않을 뿐 아니라 책 읽는 사람들을 경멸한다는 사실을 자백한 것이죠
그는 단지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문학애호가처럼 보이길 바라고 자신을 포장했던 겁니다 이를테면 마까르는 야구를 싫어하는 야구팬이며 달리기를 싫어하는 러닝크루원입니다 이것이 바르바라에게 진실로 가까워질 수 없었던 마까르의 곤란함입니다
지적 소통에 실패한 두 사람 결정적 차이는 지적 소통에 실패한 두 사람의 관계는 어색하게 식어갑니다 바르바라의 편지는 의례적인 투로 변해가고 여자가 냉담해질수록 남자는 점점 더 구차해집니다 두 사람의 운명은 비꼬프의 등장이 아니라 이미 여기서 결정된 것이 아닐까요
텍스트힙 이라는 것이 유행이라고 합니다 어떤 책을 읽는지가 그 사람의 감성과 세계관을 드러내는 시대 읽는다는 행위 자체가 힙 한 일이 된 것입니다 하지만 방구석에서 혼자 책을 읽는 것은 힙하지 않습니다 힙해 보이려면 내가 어떤 책을 읽고 무엇을 얻었는지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남들에게 인정받아야 합니다 자신의 독서 취향을 드러내고 공유한다는 점에서 바르바라와 마까르는 19세기식 텍스트힙 문화를 살아갔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둘의 운명은 어디서부터 어긋나게 됐을까요 바르바라는 어린 시절 짝사랑하던 하숙집 가정교사의 책상에 쌓여 있는 책들을 보게 된 장면을 이렇게 회상합니다 화가 났고 슬펐다 어떤 광기 같은 것이 나를 엄습해왔습니다
나는 그의 책을 마지막 한 권까지 전부 다 읽고 싶었습니다 아마도 나는 그가 아는 것을 나도 다 알아야 그와 우정을 나눌 자격이 생기는 거라고 생각했었나보다 바르바라는 그와 우정을 나눌 자격 을 얻기 위해 그의 방에서 책을 훔칩니다
그가 아는 것은 나도 다 알아야 했으니까요 이 절박한 독서는 바르바라에게 영혼이 뒤흔들리는 경험을 안겨줍니다 새로운 사상과 새로운 느낌들이 거센 물결처럼 한꺼번에 가슴속으로 밀려 들어왔습니다 그런 흥분이 거세어질수록 새로운 느낌을 받아들이는 것이 당황스럽고 벅찰수록 나는 점점 더 깊이 그 낯선 느낌에 빠져들었고 그 느낌은 점점 더 달콤하게 내 영혼을 뒤흔들어놓았습니다 바르바라의 이 회상은 소설에서 가장 환상적인 장면입니다
많은 사람이 바르바라의 순간 을 경험한 뒤 독서의 세계에 빠져듭니다 나도 저 사람이 읽은 책을 읽어야 동등한 관계의 자격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욕망 이보다 강렬한 독서의 동기부여가 또 있을까요
아산배방 라온프라이빗 이때의 독서는 자격 증명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독서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사상 과 새로운 느낌들 에 매료된 바르바라에게 독서는 이제 그 자체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목적이 됩니다
마까르의 생각은 조금 달랐습니다 마까르도 문학을 사랑하는 바르바라와 교제할 자격을 얻으려면 자기도 그런 사람 인 것처럼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편지마다 자신이 문학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설명하고 하숙집 문학 모임 참여의 즐거움도 자랑합니다
그러나 마까르는 바르바라의 환심을 사고 싶었을 뿐 정작 바르바라가 쌓은 지식이나 취향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텍스트힙의 가치 출발 아닌 과정에 있어텍스트힙을 작동시키는 욕망은 남에게 멋져 보이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 마음은 바르바라와 마까르가 다르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의 사례는 텍스트힙의 유행을 바라보는 긍정적 관점과 부정적 관점을 각각 설명해줍니다 동일시 욕망에서 독서를 시작했다가 어느새 책과 사랑에 빠지게 된 바르바라는 텍스트힙의 장점을 설명할 수 있는 좋은 예시입니다 바르바라는 가정교사의 책상에 빼곡히 꽂혀 있는 책들을 본 순간 이 남자의 내면이 자신보다 깊고 넓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화가 났지요 그렇게 독서의 세계에 빠진 바르바라는 실제로 더 나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타인의 슬픔을 연민하는 마음과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동하고 그것을 표현할 줄 아는 문장력까지 소설 속에서 바르바라는 마까르보다 모든 면에서 나은 사람입니다 반면 바르바라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마까르는 전혀 나아지지 못한 채 미성숙한 모습으로 파국을 맞이합니다
사르트르는 존재와 무 에서 경청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은 학생은 경청하는 연기를 하느라고 진을 뺀 나머지 그는 결국 아무것도 듣지 못한다 고 했습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던 남자는 끝내 어떤 문학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책을 읽지 않은 이 남자는 바르바라의 배우자로서 자격 증명에 실패합니다
책을 사색의 도구가 아닌 패션의 도구로만 사용한 마까르의 경우는 텍스트힙 유행을 바라보는 비관론을 설명합니다 같은 동기에서 출발한 두 사람의 다른 결과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여기서 우리는 텍스트힙의 가치는 출발점이 아니라 과정에 있다는 것 즉 무엇을 어떻게 읽느냐에 달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독서를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출발점은 어디든 상관없겠지요 150년 전 이 소설을 쓰던 젊은 도스토옙스키도 요즘 말로 텍스트힙을 추구한 청년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힙이란 임시적인 유행을 뜻하는 말인데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이미 독서하는 사람이 지적이고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걸 잘 알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는 사람에 대한 동경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존재해왔던 것이죠 책이란 물건은 이미 오래전부터 힙했고 그래서 힙 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책은 인간 운명 가를 만큼 중요할까 가난한 사람들 은 독특한 매력을 가진 소설입니다 아름다운 문장 속에는 참혹함이 담겨 있고 운명처럼 포장된 이야기 속에는 안간힘을 쓰는 인간들 사이의 긴장이 있습니다 책의 여운을 따라 사색을 이어가다보면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물질인가 정신인가 하는 질문과 만나게 됩니다 책이란 정말 한 인간의 운명을 결정지을 만큼 중요할까요 도스토옙스키는 가난한 사람들 에서 그렇다 고 말합니다 여러분 인생에서 책이란 어떤 의미입니까 정주식 팟캐스트 발굴독서단 진행자 좋은 약은 입에 쓰고 좋은 책은 나를 곤란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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